
‘정원의 도시’, ‘문화의 도시’, ‘미식의 도시’, ‘축제의 도시’, ‘스포츠의 도시’ 등등. 도시의 애칭이 그 도시의 실제 면모를 100퍼센트 담보하는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멜버른에 가보면 이 사랑스럽고 다양한 별명들이 꽤나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가 있다. 크고 작은 각종 공연이 연중 간단없이 이어지니 ‘문화의 도시’라는 수식에 자부심을 가질 만하며, 트레저리(Treasury) 가든과 피츠로이(Fitzroy) 가든을 위시해 도심 곳곳에 녹색 공간이 산재하니 ‘가든 시티’라는 설명이 스스럼없다. 2년 전에는 영국의 권위 있는 스포츠 전문 잡지로부터 ‘세계 최고의 스포츠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멜버른에 ‘보존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고 싶다. 옛것과 작은 것을 배척하지 않고 제대로 보존하고 있는 모습이 온기를 전하기 때문이다. 고풍스런 빅토리아 양식의 건물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멜버른 시티에서부터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펭귄의 서식지로 유명한 필립 아일랜드(Phillip Island), 골드러시 시대의 거리를 재현해 놓은 소버린 힐(Sovereign Hill)에 이르기까지 보존을 위한 아름다운 숨결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프랑스가 오랜 세월 와인의 권좌에 앉아 있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프랑스로 대표되는 구세계 와인이 신세계 와인의 맹렬할 추격을 받고 있는 것 또한 명백해 보인다. 신세계 와인 중 호주가 거두고 있는 성과는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데, 야라 밸리(Yarra Valley)를 중심으로 한 빅토리아 주 와인 산지들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예링 스테이션(Yering Station), 도메인 샹동(Domaine Chandon), 로치포드(Rochford) 등의 와이너리들은 제가끔 호주 와인의 우수성을 입증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긴 설명이 필요 없는 빅토리아 주의 대표적인 명소,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아름다움은 여일했다. 시간 관계상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포트 캠벨 국립공원(Port Campbell National Park)에 오래 머물 수는 없었지만, 처음 목도한 해질 무렵의 12사도상(Twelve Apostles)은 출장에서 돌아온 지금도 오랜 잔상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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